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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플러스][박석희의 교육직썰] 기초학력보장법에 명기된 '담당' 교원은 누구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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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9-14 00:31 조회1,4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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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교사 담당 아닌 모든 교사의 과제 돼야

[교육플러스] 모두가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음침하게 수군거리고, 누군가는 부끄러운 듯 중얼거립니다. 큰 소리로 들리는 것은 온통 풍문뿐인데, 풍문만 들으며 살기에 교육은 인간사에 너무 중요한 주제입니다. 어렵지는 않게, 핵심을 알기 쉽게 본질까지 꿰뚫는다는 자세로 여러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교육플러스>는 박석희 선생님과 함께 풍문과 현학의 시대, 알기 쉬운 직썰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박석희 대한민국교원조합 교과연구국장박석희 대한민국교원조합 교과연구국장

[교육플러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안양만안)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초학력 보장법’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안정보 시스템에 공개된 이 법안은 ‘자아를 실현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에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 구축’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제안되었다고 한다.

이 법은 기초학력 보장위원회의 구성·운영과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수립을 규정하여 기초학력 보장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으로 옮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는 것이 단순히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지정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초학력보장법 일부 캡처.(출처=의안정보시스템)기초학력보장법 일부 캡처.(출처=의안정보시스템)

그런데 법안의 주요 내용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과 직접 부딪히는 교육 현장과 관련된 부분은 ‘바’의 학교의 장이 효율적인 학습지원교육의 수행을 위해 담당자 교원을 지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누군가 이 업무의 담당자가 된다면 그의 업무 분장표엔 기초학력이 더해질 것이다.

교무실에 공문이 분배되고 기초학력에 관련된 보고와 서류 처리, 매뉴얼에 기초한 강사 선발 및 강사료 품의 등 인사관리가 종례 이후 시간을 들여 씨름해야 할 잡다한 일들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번 해엔 기초학력 업무를 맡았으니 다음 해엔 다른 사람이 맡는 것이 경우에 맞을 것이라며 기초학력은 선생님들 사이를 떠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짐짝이 될 것이며, 학생의 기초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네가 기초학력 담당자인데 내가 왜 네 업무에 대해 신경을 써야하냐는 아귀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업무 분장표를 이루는 업무 하나하나는 모두가 큰 사회적 관심을 몰며 우리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학교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던 문제들이다.

그것은 법이든 시행령이든 정해져 나름의 책임 주체와 제도적 틀을 짜 학교 담당자 교사의 업무로 내려왔다. 그때마다 해당 업무들이 목표로 하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 학교 교육의 질적 발전을 가져왔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것은 그저 잡다한 업무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고 서로가 떠맡지 않으려 감정을 상하는 말을 주고받던 귀찮은 일들이었다.

그것이 드러낸 것은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잡다하게 많은 책임을 떠맡아 표류하고 있는 학교의 남루하고 누추한 현실일 뿐이었다.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초학력보장법 일부 캡처.(출처=의안정보시스템)기초학력보장법 일부 캡처.(출처=의안정보시스템)

기초학력 보장법에서 규정하는 기초학력이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을 이야기한다.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한 바가 있으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잘 알고 익혀야 될 일들을 제대로 할 줄 아느냐를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기초학력 보장법이 다루는 문제는 한국 공교육이 수립된 이래 단 한 순간도 학교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문제다.

현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들과 부딪히며 한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의 문제와 개인으로서의 학생이 안고 있는 성장과 발달의 문제를 다루어야 할 교사라면, 피상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졌고 교육 당국이 이를 더 무겁게 다루겠다고 인식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

새로울 것 없는 반복되는 문제가 왜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돌아왔는지 되돌아보고 법과 제도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학습 과학과 인간적 만남의 층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 긴요한 문제들에 접근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초 학력의 문제는 너무나 중요해 업무와 담당자의 문제일 수가 없다. 그것은 공교육의 존립과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학교의 존재를 건 문제이기도 하며 교사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아한 것은 이것이다. 기초학력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알겠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 왔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중위권의 학생들이 확 줄고 하위권이 폭증하여 학력 양극화 현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이와 같은 현상들의 전조를 읽고 미리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얘기를 했을 때 그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 왔는가? 그에 대해서 충분히 반성은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인가?

학생들의 학력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했을 때, 학력이라면 줄세우기 학력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둥 문제풀이 능력이 어떻게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완전히 측정할 수 있겠느냐는 둥 그보다 학생들이 배우는 양을 줄여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줄이고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는 둥의 말들이 이어져왔다.

학력관의 문제는 교육관의 문제와 같다. 교육과 학습에 대한 소신은 교육자마다 충분히 다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주관적인 학력관과 비형식적 평가관을 말하던 교육청과 인사들이 이제 와서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집중과 지원, 수업 철학에 대한 재정립이 아니라 단순히 법을 만들고 업무로 만들어 자원을 때려박는 방식으로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벼드는 모습을 보니 과히 유쾌하진 않다. 애초에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고생도 하지 않았으리라.

학교의 기본은 교육에 있어야 하며 교육의 핵심은 수업에 있다. 학교의 학사 일정은 교사의 수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은 대개 중심 활동과 중심 주제가 되는 지식들에 대한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대규모 학급일수록 중심 활동과 중심 주제 학습에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발생할 수 있다. 7차 교육과정은 개정 시기부터 이런 이들을 위한 개인별, 수준별 학습을 지향해왔다. 이들을 위한 수업과 과정을 따로 구성하고 보조해주는 것은 교육과정 문서에 이미 서술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학습 과정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학업 지도에 대해서, 열정적인 교사가 학생의 학습권 보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노력으로 응원해줬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인권업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나머지 공부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인권 침해라고, 학생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잘못된 경쟁 이데올로기에 의해 학생들을 학대하는 일이라는 비난이 날아들었다.  평가가 학생들을 학대하고 있으니 평가도 없애거나 언어적으로 설계된 문제 상황에서 올바른 답을 구하는 지필 평가보다는 활동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수행 위주로 바꾸고, 중심 활동과 중심 주제가 되는 지식들에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놀이처럼 수업을 구성하라는 진단이 따라왔다.

가장 낮은 단계의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진 수업은 당연히 더 높은 지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학생들을 놀이에 머무르게 했을 뿐이고,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통해 진학과 진로를 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사교육을 향하게 했다.

공교육은 지적 발전을 통해 인생을 탐구하고 더 높은 인격적 만남으로 승화되는 공간이라기보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놀이공간이라는 방향성을 향해 나아갔다. 그 결과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교의 위기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학생들의 지식 이해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느 단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설계된 지필 평가 도구로 학습 문제를 진단해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전통적 처방으로 돌아왔다.

수업을 연구하고 수업 전문성을 길러 이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교사가 아니라, 그 교사가 수업 연구할 시간을 쪼개 기초학력 수업을 할 외부강사를 위한 인사 작업을 하게 하는 더 안 좋은 방식으로 말이다.

몇몇 이들에 의해 주도된 흐름으로 인해 이제 교사는 학생들의 학력을 책임져주는 문제에서조차 외부인력에게 전문성을 말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초학력 문제는 어딘가 고약하게 꾸며진 부조리극을 보는 기분이 든다. ‘참 학력’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기초학력이라는 말이 참 고약하게 들린다.

참 학력이든 기초학력이든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이해하고 그 구성물인 지식을 획득하고 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에선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문제를 몇몇 담당자가 아니라 교사 모두의 과제로 돌려줘야 한다.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들이 수업과 학습에 있어 영역을 보장받고 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첨예한 현장에서 열심히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대가는 더 많은 비용과 더욱 나빠진 형태로 악화된 문제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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