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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도벽 있는 아이와 깊은 빡침이 있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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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enjamin 작성일21-01-26 10:20 조회17,86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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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월  *일​, 날씨: 미세먼지 없이 맑고 상쾌하지만 매우 추움

 

  우리 반에 도벽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1학년 선생님이 자신의 교실에서 A​가 물건을 가져가는 걸 봤다고 나한테 조심스레 말씀하셔서 알게 된 사실이다. 

  불과 일주일 전에 원어민 선생님 물건을 가져갔다가 들켰는데.. 그 때 분명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도벽일 줄은 미처 몰랐는데.. 하는 후회와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A​와 상담을 하니 그 동안 어디서 얼마나 물건을 가져갔는지 술술 자백(?)한다. 가뜩이나 조그만 학교인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잘도 물건을 가져갔다. ㅠ.ㅠ 다른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자꾸 물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문단속을 잘하라고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선생님 교실에서 없어진 물건도 A​가 가져갔네. 헐.. 

  일주일 전에는 눈물 쏙 빼놓고 충분히 혼냈다고 생각해서 A​의 어머니께는 말씀을 안드렸는데 이번에는 학교로 직접 오시도록 했다.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던 A​의 간절함도 매몰차게 뿌리쳤다. 친구들에게 몰래 사과 편지를 적어 훔쳐간 물건과 함께 사물함에 넣어놨어도 아무렴.. 소용 없는 일이지.

  결국 점심시간에 학교로 오신 A​의 어머니.. 사실 A​는 우즈베키스탄 아이이다. 우리나라에 온 지 1년이 채 안됐고 그나마 아버지는 비자문제 때문에 우즈벡에 다시 갔는데 코로나로 몇 달 째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구글 번역기로 러시아어-영어-한국어로 ​어찌어찌 ​상담을 했다. ​A​의 어머니는 교실에서 잘못했다며 눈물을 한 바가지 쏟으시고 하소연도 하셨다. ​주변에 친인척도 없는데 아빠마저 몇 달째 없어서 힘들다고.. 근데 A​는 말도 안듣고 공부도 안하고 속만 썩인다고.. 자신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포항에 언니가 있는데 일을 그만두고 그리로 이사 가야하나 고민한다고.. 

  A​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낯선 한국에 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의 슬픔과 고단함이 느껴져 참 안타까웠다. '선생님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잘못했다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의 마음도 무척 아프겠지?' 나는 오히려 A​의 어머니에게 힘내시라고 A​도 정신차리고 잘할거라고 위로드리고 집으로 보내드렸다. 

  '이제 A​는 한동안 시무룩해져 있을테고 나는 그런 A​를 안타깝게 바라볼테지만 그래도 잘못은 했으니 반성해야 하니 한동안 A​를 매몰차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순간.. 교실로 치킨이 배달되었다. '아차, 오늘 아이들에게 치킨파티를 한다고 했지.' A​는 치킨도 제대로 못먹겠거니 은근 걱정하는 나. A​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맛있게 치킨을 먹고 있었다. 친구들과도 어쩜 저리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저 어마무시한 멘탈은 무엇인가? A​를 바라보고 있는 나는 마음 속에서 깊은 빡침이 올라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아직 우리에게는 함께 해야 할 많은 날들이 있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는 A​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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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영어교사님의 댓글

영어교사 작성일

좋은 경험담 잘 읽었습니다. 아이가 도벽이 있을 뿐만 아니라 뻔뻔스런 면도 있는 듯 하여 무척 걱정이 됩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도벽을 고칠 수 있도록 부모와 협력하여 아이를 훈계해야 할 텐데 쉽지는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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